작은 골목에 있는 분식점과 과일가게는 늘 쓰레기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어느 날, 두 가게의 여주인들 사이에 큰 언쟁이 벌어졌고,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때, 분식점 남편은 아내의 편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과일가게 남편은 뒤늦게 나타나서 상대방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분식점 남편과는 달리 자신의 아내를 나무라며 집으로 데려갔다.
먼저 사과를 한 것은 싸움을 멈추려는 좋은 의도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일가게 아내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서 자신에게 화를 낸 남편에게 큰 상처를 받고 수치심을 느꼈다. 그 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 고립감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자폐증 연구의 대가인 영국의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 코언은 ‘악이란 공감능력의 감퇴를 의미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악한 사람에게서 공감 능력이 낮은 걸 발견할 수 있고, 누군가 공감능력이 낮으면 그 사람은 악하더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남편은 아내의 감정과 필요를 무시하거나 관계를 해치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다.
공감을 주제로 한 강의를 수강할 때의 일이다. 한 여성은 자신의 친구에게 고민하던 문제를 어렵게 털어놓았는데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본인 얘기만 계속 늘어놓더라고 했다. 그녀는 진지하게 들어주기를 원했는데, 제대로 듣지도 않고 사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친구의 태도에 실망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 공감은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사람들은 여러 상황에서 공감을 원하고 안전한 관계에서 더욱 지지를 얻고 싶어 한다. 감정적 이해를 받음으로써 위기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공감 능력은 일상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 같이 슬퍼한다. 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함께 분노하며 그들을 위해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당한 일에 대한 반감을 가지며, 타인의 고통과 불의를 목격할 때,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부당한 상황에 맞서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공감 능력, 정의감,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결과이다.
이러한 반응은 사회가 더 정의롭고 안전한 곳이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며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이를테면, 이런 감정은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는 동력을 제공하며, 공동체 내에서 공의가 실현되도록 행동하게 만드는 것으로 인간이 가진 공감 능력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심리학자인 마틴 호프만은 '공감은 발달적인 측면에서 도덕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처지를 고려하는 능력은 도덕적 행동과 윤리적 판단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발달심리학에서도 공감이 인간의 도덕적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감은 도덕적 행동을 유도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며, 규범 형성과 내면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즉, 공감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 생존 본능, 도덕적 판단, 그리고 정신적 건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공감은 개인 간의 이해와 소통을 넘어 사회적 협력의 기반이다. 공감이 없으면 서로를 돕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게 된다. 이런 태도가 보편화 되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공감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진실한 도구이다.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기본 덕목중 하나로, 본능적인 특성일 뿐만 아니라 학습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공감도 배워야 할 역량이다.
출처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http://www.woor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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