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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개근거지' 라니
24-07-24 22:15관리자67회

최근 ‘개근거지’라는 신조어를 여러 군데서 접했다. 개근은 성실함과 책임감을 상징하는 긍정적 단어인 반면, 거지는 가진 것이 없는 부정적이고 멸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이 용어의 뜻은 사뭇 충격적이다.

‘개근거지’는 체험학습을 가지 않아서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들을 없신여기는 표현이다. 이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체험학습이라는 명분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고 부터서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미 이 용어는 비공식적이거나 구어체적인 용어를 넘어, 일상에서 사회적 인식과 그 의미가 확립된 개념으로 정착되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이 여행을 통한 체험학습의 교육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개근거지’로 표현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이는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민낯이다. 또한, 이 부적절한 용어의 풍자는 특정한 사회현상을 드러내며 사회적 담론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조카에게 이 단어에 대해 물었더니 벌써 몇 년 전에 나온 말인데 최근에 부쩍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고 했다. 체험학습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략 한 학급에 5~10명 정도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 1년에 20일까지 교외체험학습으로 사전 신청을 하고, 승인이 되면 출석인정결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빈번하게 가는 학생도 있지만, 반대로 한 번도 안가는 학생도 있다며 아이들마다 차이가 크다고 했다.

해외여행으로 체험학습을 하는 것은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해 결정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얻게 되는 경험을 더 가치있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떤 아이들에게는 상처를 남기고 어떤 부모에게는 좌절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는 불편한 진실은 아이들 간에도 불필요한 갈등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에는 경험의 차이는 물론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근거지' 라는 신조어의 등장이 이미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며,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현실은,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른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또 하나의 문화가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제력이 있는 부모는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여 자녀의 교육에 투자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부모는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전문가에 따르면 비교성향이 강한 부모일수록 자녀에 대해 깊이 몰입하게 되고 현실에 대한 부족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런 근거를 뒷받침하듯 빚을 내어서라도 내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 체험학습을 감행하는 부모들이 있다. 맞벌이를 하거나, 생업에 바쁜 부모가 시간과 물질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제공하는 체험학습이 아이에게 순기능을 발휘할 것인지, 그리고 부모가 이러한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와 일치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체험학습은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활동이다. 체험학습 취지 또한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여, 학습의 폭을 넓히고 전인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체험학습의 기회가 부모의 경제 능력을 자랑하는 특정한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가정형편이 비교당하는 현실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학습 환경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아이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교육환경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대응과 사회적 인식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개근거지'와 같은 부정적인 용어와 그에 따른 낙인이 사라질 것이다. 

출처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http://www.woor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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