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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층간소음 갈등, 초콜릿으로 해결하세요
24-02-10 22:57관리자18회

좋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좋은 사람이 좋은 이웃을 만들고 좋은 이웃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 그리고 좋은 사회가 좋은 나라를 만든다. 좋은 사회란 각자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사는 것은 좋은 사회가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엊그제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에 사는 분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도 금세 대화 내용이 파악된다. 윗층 아이들의 엄마가 아래층 사람을 만나 "아이들이 뛰어서 항상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윗층에는 아이들이 세 명인데 유치원생 한명에 초등학생이 둘이다. 그것도 셋 다 남자아이들이니 그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아이들 부모는 노심초사 아래층에 늘 미안하다고 했지만 대화 내용과 다르게 분위기는 친밀했다. 아래층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심하게 뛸 때, 오히려  초콜릿을 사들고 찾아갔다고 한다. 그만 뛰라는 대신 이것 먹고 즐겁게 놀라고 했다니 보기 드문 멋진 이웃이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습과 아이들 부모의 정중한 태도를 보면 오히려 아이들한테 과자 한 개라도 더 사주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참으면 아이들도 금방 자라지 않겠느냐고 한다.

아래층 아주머니는 나를 쳐다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마치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아이들 뛰는 소리보다 수시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이 더 소음이라고 했다. 서로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로서 어찌 그렇게 이해하기가 어렵냐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실에는 거의 매일 층간소음을 호소하며 주의시켜달라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녁을 먹고 쉬는 시간 즈음이면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이 나온다. 공동주택은 여러 사람이 사는 곳이니 9시 이후에는 아이들의 활동을 자제시키고 그 외에 세탁기, 청소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특히 아이들이 뛰지 않도록 지도해달라는 내용은 두 번씩 강조한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층간소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남자아이들이라 조심 없이 걷다보면 쿵쿵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거슬렸기에 뒷꿈치를 들고 다니라고 할 만큼 조심을 시켰다. 반면에 초등학생이던 윗층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뛰는 통에 꽤나 힘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로 학원으로 다니느라 집에 있을 시간도 적어 자연스레 층간소음이 해소되었다. 나 또한 불편함을 조금 참으니 오랫동안 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 있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해결이 이와 같은 미담만 있다면 좋겠지만 심심찮게 폭력범죄와 강력사건으로 발생되곤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이들만 주의시키고 나무란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정부에서도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 시민단체에서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을 강화하고 신축 공동주택의 모든 세대 동 호수에 층간소음을 표시하는 층간소음표시제 도입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다 근원적으로, 층간소음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정책과 기술적인 부분은 깊이 알 수 없으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소음이 생활소음이나 배관소음 등과 같은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가정들이 소음을 완화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치를 설치하여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은 오래된 문제이다. 그렇다보니 ‘공동주택에 살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와 ‘사생활에 침해를 받으니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므로 어떤 의견이 옳고, 어떤 의견이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문제는 먼저 사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나의 이웃들처럼 양측이 서로 존중하고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얼마나 이상적인 방법인가. 상대방의 상황과 불편함을 이해하고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성숙한 태도와 노력이 해결의 열쇠인 것이다.

미셸 오바마는 “이웃과의 관계는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이웃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보다 내가 이웃의 기대치를 충족해 주도록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지름길이다. 배려에 대한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어본다.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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