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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미움은 자연스럽다. 문제해결의 신호로
24-08-27 23:53관리자126회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사람만큼이나 미운 사람도 만나게 된다. 좋은 사람들로만 둘러싸여 산다면 오죽 좋으랴먄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를 좋아할 수는 없다. 미운 사람도 인생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용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미움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불쾌함이나 반감을 갖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인간관계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필자의 지인인 B는 공기업에 다니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동료를 미워하는 감정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직장에서 A와 한 팀에서 일하는 B는 A가 미워서 출근하기 싫은 날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면이 그렇게 미운가 물었더니 업무 스타일 때문이라고 했다. A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향이라 확인 작업을 과하게 하다 보니 팀 전체의 업무효율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A의 지나친 꼼꼼함이 업무 진행을 지연시키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업무상 못마땅한 몇 가지를 말했다. 결과물이 늦어져 계획하고 있던 휴가도 못 가게 되었다니 미울 만도 했다. 

B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미움의 이유가 업무에 한정된 것처럼 말했지만, 듣다보니 A에 대해 여러 가지로 가시돋힌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B는 이런 불편한 상황을 해결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미운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이 복잡하고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B는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점점 A를 피하게 되었고, 이는 팀 내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B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동료들은 A가 업무를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어, B는 자신이 마치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 같다며 심하게 자책하기도 했다. B는 다른 팀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 A를 자신은 왜 그렇게 밉게만 느끼는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이 컸다. 겉으로는 업무 문제에서 비롯된 듯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어 충분히 고민할 만한 일이었다. 

미움은 종종 인간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 이는 불쾌한 감정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 그 미움 뒤에는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이 숨어있을 수 있다. 가령,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위협하거나 자존감을 해칠 때, 그에 대한 방어 기제로 미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B가 갖고 있는 미움도 자신의 정신적, 감정적 안정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여겨졌다.

필자는 B에게 “A를 인정해주는 다른 팀원들의 감정(평가)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사람의 성향이나 일하는 스타일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차이로 충돌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움이라는 감정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미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반드시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미움의 감정이 대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으로 인식되지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미움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기 인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움을 관계의 깊이와 성숙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움이 다 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미움이 깊어지면 부정적 사고의 악순환이 지속되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워지고, 정신적, 감정적 에너지의 소모가 심해 심지어 면역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경험한 일일테지만, 미움에 사로잡히면 판단력과 행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할까? 그 해답은 어쩌면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미우면 미운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감정’만을 숭배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거나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기지만, 감정에는 본질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각 감정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기능을 인정하자는 의미다. 

예를 들어, 본노는 흔히 나쁜 감정으로 취급 받지만 부당한 상황에 대항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미움도 특정 상황에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반응이며, 자신의 내면상태를 반영하는 감정이다, 기쁨이나 슬픔처럼, 미움도 상황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서 비롯되므로 그 상황이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 미움은 정당한 감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움을 억압하기보다는 그 감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조절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그 원인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얘기를 나눈 후 조금은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B를 보면서 문제해결의 시작점에 서기를 바랐다. 미움은 해결해야 할 문제나 갈등의 존재를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니까.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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