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홍보
언론홍보
<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부끄러움을 배워야 할 사회
24-12-12 21:23관리자100회

책장에서 오래 전에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집어들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물질적 성공과 도덕적 성찰 사이에서 갈등하며 부끄러움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읽을수록 오늘날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부끄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과연 자신의 잘못을 얼마나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변명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을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올 때, 사람들은 흔히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질책하며 혐오감을 갖는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 사회가 부끄러움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정작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이를 바로잡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부끄러움은 단순히 얼굴을 붉히는 감정적 반응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내면을 성찰하게 만드는 윤리적 출발점이다. 인간다움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자 우리가 도덕적 존재로 남을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아울러,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스스로 정한 윤리적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부끄러움을 외면하려고 할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체면을 구기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의 욕망은 때로 부끄러움을 압도하기도 한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자신을 지켜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게 되면, 부끄러움의 감각은 무뎌지고 윤리적 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부끄러움의 상실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감정을 감추고 무시할수록 사람들은 더 큰 도덕적 결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잘못을 덮으려는 변명과 책임 전가는 개인의 도덕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도덕적 나침반과 같다.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감정으로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 규범이나 윤리적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을 깨닫게 한다. 이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를 의식할 때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다행히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잘못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이를 바로 잡으려는 태도는 인간다운 모습의 진정한 표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은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부끄러움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상황을 덮으려고만 한다. 이러한 심각한 윤리적 결핍이 사회적 혼란과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에서는 정의와 도덕성도 설 자리를 잃는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며, 이기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일은 결국 공동체의 기반을 허무는 불씨가 된다.

박완서 작가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성공과 욕망에 집착하며 도덕적 감각을 상실한 인간들이 부끄러움을 잃어가는 과정을 환멸과 비판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그들의 모습은 요즘 정치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권력과 이익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상대를 비난하고 심지어 거짓을 일삼는 모습이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인 것이다.  작가는 부끄러움이 인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임을 역설했다. 지금 우리사회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반드시 되새겨야할 메시지다.

사회는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책임을 나누며,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통해 성숙해진다. 그러나 점차 이러한 덕목을 상실하고 있으나, 이제라도 부끄러움을 가르치고 배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가르친다는 것은 성공에 매몰되어 잃어버린 도덕적 가치를 되살리자는 외침이자 인간다운 삶으로 돌아가자는 절실한 요청이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람은 자신의 결함을 직시하지 못해 내적 평화를 얻는 데 한계를 마주할 수밖에 없으나,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개인적인 성숙을 이루고 사회 전체의 신뢰 회복에도 기여한다. 살만한 사회를 위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어 보자. 이러한 태도야말로 도덕적 가치를 되살리고 함께 성장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테니까.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88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