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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수박을 얕보지 마세요!
23-07-14 23:27관리자39회
소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친구가 오이, 호박, 가지 등 갖가지 야채를 한보따리 가져왔다. 그 속에는 작은 수박도 한통이 들어있었다. 친구는 이 수박이 완전히 겉 다르고 속 다르다며 생긴 건 이래도 달고 맛있다고 한다.

작고 못생겼어도 맛있다니 외관이 뭐 그리 중요한가. 수박의 가치는 신선도와 당도이지 겉모습이 아니니까. 겉모양은 매끈하고 단단한데 속은 설익거나 넘치게 익어 당도가 형편없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수박을 놓고 얘기가 깊어졌다.

친구는 올해 처음 수박농사를 지었는데 느끼는 것이 많다고 한다. 첫 경험인지라 익은 듯한 수박을 손끝으로 두드려도 보고 꼭지 색상도 갈색으로 변한듯하여 따오면 익지 않고 달지도 않아 몇 번의 낭패를 봤다고 한다.

도대체 수박 속을 알 수 없다며 수박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인가 했다기에 “겉은 멀쩡한데 맛이 없어서가 아니야. 겉과 속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잖아.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수박이라고 하는거야”라고 하며 함께 웃었다.

수박 같은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다. 요즘 특히 특정 정치인들을 빗대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런 비유로부터 자유로울 정치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국민을 위한 척 과장된 발언을 해놓고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논쟁인 것이 들통나고, 일관성이나 책임감은 휴지조각처럼 구겨버린 정치인이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다.

어쩌다 이 맛있는 수박이 그런 비유에 휘말렸는지 수박은 억울하기만 하다. 겉과 속이 다른 과일이 어찌 수박뿐이란 말인가. 또한 양두구육(羊頭狗肉)에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 비단 정치인 뿐이겠는가.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친분이 깊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의 이이야기다.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가 있는데, 매사에 행동도 반듯하고 겸손하며 진실한 분이라고 했다. 종종 매스컴도 타는데 점잖은 이미지와 대중적인 관심사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이 남달라서 꽤 유명세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 날 선배가 부탁한 자료를 전달하러 가는 길에 자신의 친구도 동행하게 되었는데, 잠시 차담을 나눌 수 있어 자신의 친구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 친구의 직업을 알고 나서는 바로 안색을 바꾸어 하류로 여기는 느낌을 받아 몹시 황당했다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선배의 진실함과 진정성은 죄다 거짓이었나보다고 배신감까지 든다고 했다.

좋은 말 좋은 행동은 그의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긴 시간을 알았던 사람이라도 여러 상황을 겪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을 알기가 어렵더라며, 사람 속은 천 길 물속이라는 속담을 새기며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겠노라고 했다.

공자는 무릇 사람의 마음은 험하기가 산천보다 더하고 사람의 마음을 알기는 하늘보다 더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하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아침, 저녁의 구별이 있지만 사람은 꾸미는 얼굴과 깊은 감정 때문에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이 항상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많이 가졌지만 오만하지 않고, 많이 알지만 교만하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무심한척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도 있고, 옹졸한 것 같지만 알고보면 세상 너그러운 사람도 있다.

타인의 행동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수박에 비유하지 말라. 내가 정의하는 수박 같은 사람은 상쾌하고 달콤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겉모습이 어떻든 수박의 달콤한 맛이 자연의 법칙인 것처럼...

사람을 알아가는 여정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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